
문을 멸망시킨 원수와 같은 블랙 드래곤에게 선택받은 여주가, 그와 서로의 목숨을 공유하는 계약자가 되어 전쟁의 진실과 금지된 감정에 휘말리는 드래곤 로맨타지
나는 내 가문을 전멸시킨 남자를 죽이러 왔다.
그의 손에 마지막으로 죽은 건, 내 동생이었다.
블랙 드래곤의 계약자, 카이론.
나는 그의 심장에 단검을 겨눴다.
검은 전투복은 피와 빗물에 젖어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젖은 흑발 아래 금빛 눈동자가 짐승처럼 빛났고, 벌어진 옷깃 사이로 드러난 가슴에는 검은 드래곤 문양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는 위험할 만큼 아름다웠다.
죽이고 싶은데,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찔러.”
카이론이 피 묻은 입술로 웃었다.
“그런데 내가 죽으면, 너도 죽어.”
그 순간 내 손목에 검은 문장이 떠올랐다.
블랙 드래곤, 두 번째 계약자의 각인.
숨이 멎었다.
내 원수와 내가, 같은 드래곤에게 선택받았다.
천장이 무너지는 순간, 카이론이 내 허리를 거칠게 끌어안았다. 뜨거운 숨이 귓가를 스쳤다.
“날 죽이고 싶으면 살아남아.”
그의 금빛 눈동자가 나를 삼킬 듯 내려다보았다.
“이제 넌 내 적이 아니라, 나와 같은 운명에 묶인 여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