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 commoner sent to marry an enemy crown prince under a dead princess's name discovers that her husband has stolen a dead prince's place as well. The two impostors become unwilling accomplices, and every intimate performance risks becoming real.
나는 사흘 전에 죽은 공주를 대신해 적국의 왕세자와 혼인했다.
세라핀 공주는 삼십 년 동안 이어진 전쟁을 끝낼 정략혼을 앞두고 열병으로 죽었다. 나는 그저 공주와 얼굴이 닮았다는 이유로 궁에 끌려온 약재상의 딸이었다. 재상은 어린 남동생을 볼모로 잡고, 공주의 말투는 물론 궁정 사람들이 공주라면 당연히 기억하리라 여길 어린 시절의 일화까지 전부 외우게 했다.
정체가 드러나면 나와 동생은 죽고, 왕실 혼인으로 간신히 맺은 휴전마저 무너질 터였다.
첫날밤, 남편은 내 면사포를 들추지도 않았다.
침전에는 촛불 하나만 타오르고 있었고, 벽난로에서는 장작이 타닥타닥 타는 소리가 났다. 나는 배운 대로 두 손을 모으고 세라핀 공주 특유의 억양을 흉내 냈다.
리안 왕세자는 맞은편에 앉아, 내 거짓이 스스로 무너지기만을 기다리듯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공주의 겨울 정원에는 무엇이 피었지?"
"흰 동백입니다."
외워 둔 답이었다.
무심코 오른손을 들어 면사포를 매만졌다. 그의 시선이 그 움직임을 따라, 약재 칼에 베인 검지에 닿았다. 왕세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금실 자수를 놓은 예복 아래 몸은 단단했고, 오른손에는 검을 오래 쥔 사람에게만 생기는 굳은살이 선명했다.
"이상하군. 진짜 세라핀 공주는 왼손잡이였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가 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저도 이상한 걸 하나 봤습니다."
그가 멈췄다.
"진짜 리안 왕세자는 왼손으로 검을 쓰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전하의 굳은살은 오른손에 있군요."
그제야 그가 돌아봤다. 흠잡을 데 없는 얼굴에 처음으로 진짜 미소가 스쳤다.
그는 호위를 부르는 대신 문을 잠갔다.
"어디까지 알지?"
"호위를 부르시면 제 정체가 드러나 휴전이 깨집니다. 제가 전하의 정체를 폭로하면 왕위 계승 구도가 무너집니다. 어느 쪽이든 전쟁이 다시 시작됩니다."
그가 다시 천천히 다가왔다.
"그래서 호위를 부르지 않으신 겁니까?" 내가 물었다.
"아니. 삼 년 만에 처음으로 나를 리안 왕세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봐 준 사람이 너라서다."
마침내 그의 손가락이 면사포를 들어 올렸다. 잿빛 눈에는 경계와 낯선 안도가 함께 담겨 있었다.
"우리 둘 다, 남들이 믿는 그 사람이 아니군."
그러고는 처음으로 왕세자의 가면을 벗어 던지듯,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먼저 진짜 이름을 알려 주겠나, 아니면 서로의 목숨을 지킬 조건부터 정할까?"